2007년 11월 14일 수요일

“이명박 UCC, 퍼가기만 해도 조사 받아”

From: http://hani.co.kr/arti/society/schooling/245599.html

“이명박 UCC, 퍼가기만 해도 조사 받아”

[인물] ‘이명박 괜찮은가?’ UCC 제작자 김연수(23)씨


바이러스



» 이명박 UCC를 제작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김연수(04학번, 23세)씨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대통령 이명박 괜찮은가?’ 라는 UCC가 인터넷상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UCC는 그동안 언론에 보도된 이명박 후보의 막말, 비하발언, 정책공약 등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 같았던 이명박 후보 대세론에 제동을 걸며 검증논란의 불을 지폈다.

현재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위반 공고를 받고 상당수 웹사이트의 게시물이 삭제당했지만, 네티즌들은 스크랩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UCC를 국내외 사이트에 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UCC 제작자인 김연수씨 대한 궁금증도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남자냐, 여자냐부터 어느 정당소속아니냐 등 의혹은 무성했지만 그가 연세대학교 정치외학과 대학생이라는 것 외에는 크게 밝혀진 것이 없었다.


24일 논란의 중심에 선 그를 신림동에서 만났다. 김연수씨는 20대 중후반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말쑥한 모습의 23살 청년이었다. 04학번인 그는 현재 휴학중이며, 한나라당으로부터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당해 경찰 출석요구를 받은 상황이다.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중·고교 시절부터 정치나 시사, 사회문제에 항상 관심을 갖고 있었다. 특히 고등학교 때 역사문화유적 답사동아리 회장으로 활동했던 경험이 큰 영향을 미쳤다. 역사공부를 하면서 뒤틀린 근현대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현실의 정치나 사회문제로 이어졌다. 고교 1~2학년 때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중국의 동북공정문제를 주제로 발표대회인 즐거운역사만들기 대회 등에 참가해 전국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남 광양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실제 사회참여를 할 기회는 없었다.

-왜 ‘대통령 이명박 괜찮은가’ UCC를 제작하게 됐나?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마사지 걸’ 발언을 했다는 소식을 접한 이후부터다. 이 후보의 경선승리 축하를 위해 10여개의 중앙일간지 편집국장이 고급 룸살롱에서 술자리를 가졌다. 당시 “마사지걸들이 있는 곳을 갈 경우 얼굴이 덜 예쁜 여자를 고른다더라”라는 이 후보의 발언을 오마이뉴스와 한겨레만 보도했다. 누구나 말실수 할 수 있다고 여길 수 있지만 소외계층에 대한 비하가 계속 된다면 대통령 후보 자질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동안 이명박 후보의 ‘실언’을 모아 사진파일로 만들었다.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나 비방보다는 많은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UCC제작과정은 어떠했나?

이명박 후보의 막말이나 비하성 발언을 모아 1편 만들었더니 ‘네거티브 말고, 정책검증을 하라’는 네티즌들의 요구사항 및 충고가 댓글로 올라왔다. 이런 네티즌의 비판을 수용하면서 2편을 만들었고, 공정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또 ‘능력을 검증하라’는 조언에 따라 그가 정말로 능력이 있었나 하는 점에 중점을 두고 현대건설~서울시장까지의 활동을 살펴보며 검증하는 3, 4편을 만들었다. 최근에 이메일을 통해 유포한 5편은 수집한 자료들 가운데 활용하지 않은 것들을 모아 번외편 격으로 만들었다.

-UCC를 제작·배포하면서 선거법에 위반되리라고 예상했나?

개정된 선거법의 구체적인 내용을 잘 몰랐다. 동영상도 아니고, 보도된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문제없을 거라 생각했다. 1편을 올리고 나서 네티즌들이 선거법 위반을 염려해 조언을 해줬다. 그래서 최대한 비아냥거리는 말투와 개인적 의견을 삭제하고 기사 출처도 넣었다.

-실명사용이 부담스럽지 않았나?

어떤 네티즌은 일부러 실명 써서 경찰에 고발된 뒤 선거법 ‘저항투사’가 되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혹도 던졌는데, 절대 아니다. 처음 UCC를 올린 곳이 문국현 후보 홈페이지였는데 실명으로 가입돼서 그대로 올린 것 뿐이다. 또 평소 개인홈페이지나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지 않아 특별히 사용하는 필명도 없다. 그리고 내가 만든 UCC가 인신공격성도 아니고 스스로 정당하다고 여겼기 때문에 신원공개에 거부감이나 부담은 없었다.

-선관위 삭제요청 이후에도 많은 네티즌이 게시물을 스크랩하고, 해외사이트에 올렸는데 소감이 어떤가?

자료를 만든 사람의 입장에서 많은 사람이 공감해 주니깐 좋았다. 그러나 네티즌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던 이유는 내가 만든 자료가 충격적이거나 이명박 후보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은 아니라고 본다. 네티즌들의 정치적 의사표현과 선거운동을 가로 막는 선거법에 대한 불만이 그러한 움직임을 만든 것 같다.



» 영등포경찰서 사이버조사팀에서 보낸 ‘출석 요구서’에는 진정인 한나라당으로 적혀있었으며, 김 씨가 만든 UCC사 선거법 위반이라고 나와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상황이 어떠한가?

10월 11일 선관위로부터 처음 게시물 삭제 요청을 받았고, 이후에도 이메일 등으로 UCC를 배포하자 16일 영등포경찰서 사이버 조사팀에서 ‘다음날까지 출두해 달라’고 요청이 왔다. 하지만 당시 주민등록상의 주소지가 달라 ‘출석 요구서’를 늦게 전달받아 출두기일을 놓쳤다. 그래서 지난 23일자로 조사기일 연기 신청서를 제출하고 11월 경 출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현재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위법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법적근거를 담은 탄원서 작성하고 있다.

-경찰의 ‘출석요구서(출두명령)’를 받고 기분이 어땠나?

고소인이 이명박 후보 지지자인줄 알았는데, 한나라당에서 고발했다는 소식 듣고 놀랐다. 선관위 삭제 요청을 받았을 때는 ‘올 것이 왔구나’라는 심정으로 의외로 덤덤했는데, 16일에 경찰에서 연락받았을 때는 조금 겁이 났다. 하지만 변호사 등 주변의 도움으로 ‘위법이 아니다’라는 법적 근거를 찾으면서 안정을 찾았다. 설사 처벌을 받더라도 벌금형이고, 조사자체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다만, 내 UCC를 스크랩한 블로거들이 경찰조사를 받고 있어서 죄송하다. 어떤 블로거는 울산에 사는 직장인인데 서울 영등포까지 와서 조사를 받아야 한다.



» 그는 현행 선거법이 국민들의 정치참여를 너무 규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현행 공직선거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이전까지는 선거법의 문제점에 별로 관심 없었는데 내 글이 규제를 받고, 경찰조차까지 받아야 할 상황에 처하니 부당함을 절실히 느꼈다.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특정 후보자의 당선 혹은 낙선에 유리하고자 하는 의도’가 들어가 있는 모든 UCC가 규제대상이다. 하지만 그 기준이 너무 애매모호하다.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가 자신의 마음에 드는 후보를 지지하고 싶은 건 당연한 것 아닌가? 현재 선거법 위헌소송이 진행 중인 걸로 아는데, 잘못된 사항이 개정되길 바란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요구사항이 있다면?

국민들에게, 특히 젊은 세대에게 선거참여와 관심을 부탁하고 싶다. 정치가 아무리 더럽고 지긋지긋해도 무관심하면 절대 바꿀 수 없다. 정치인을 자꾸 괴롭혀야 한다. 또 네티즌들은 선거법 자체가 갖고 있는 문제와 대통령 후보의 면면에 대해 지금처럼 예리한 눈으로 지켜봤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이 되든 안되든 문제 많은 대운하 공약을 철회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젊은 세대의 정치참여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

기본적으로 현행 선거법이 개정돼야 한다. 선거권이 외국처럼 만18세까지 낮춰져야 한다고 본다. 미성년자들의 UCC선거운동 금지 등 정치참여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 우리나라는 입시제도 때문에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현실 정치나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기 너무 어렵다. 궁극적으로 학교에서 정치교육을 해 학생들의 의식을 높여야 한다. 또 시민단체운동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하고 일반국민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김지훈 기자 news-1318virus@hanmail.net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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